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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캐롤의 신작 소설 ‘내가 성에 도착했을 때’ 공포 소설의 진수 느껴져
등록일 : 2019-10-08 14:35 | 최종 승인 : 2019-10-08 14:36
이경민
에밀리 캐롤은 신작 소설에서 모든 재능을 발휘했다(사진=123RF)

[하빗슈(Hobbyissue)=이경민 기자] 그래픽 노블 작품 ‘깊은 밤 숲 속에서’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에밀리 캐롤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소재로 삼고, 인위적인 장치를 하지 않은 채 이야기가 스스로 풀려갈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펼친다. 핵심 줄거리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독자들을 놀라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 그러면서 관조적인 어조를 유지한다.

최근 에밀리 캐롤은 은밀한 사랑을 나누던 두 여성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 ‘내가 성에 도착했을 때(When I Arrived at the Castle)’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빈티지 스릴러

‘19세기 특유의 고딕풍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실마리를 찾으려는 독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설치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소 서서히 진행되는 감이 있지만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여주인공 모두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길게 늘어뜨린 옷을 입고 있다고 묘사돼 있다. 모두 판타지적 요소로 소설 배경 당시 여성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한편, 이 소설 속에 내포된 레즈비언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온라인 대중문화잡지 팝매터스의 크리스 가발러 기자는 “성애와 공포를 적절하게 섞어 놓은 소설”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남성의 소비문화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캐롤은 남성의 시선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을 부정했다. 이에 가발러 기자는 “명백한 공포 장르라고 할 수 있으며 포르노그래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에로티즘과 레즈비언으로 이 소설을 한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순수하면서도 치명적

가발러 기자는 캐롤만의 순수하면서도 치명적인 문체에 찬사를 보냈다. 색상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캐롤의 서술 방식은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전체 줄거리를 관통하는 섬뜩한 장면은 검은색과 흰색 같은 무채색을 사용하며 효과를 내기 위해 붉은색으로 강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캐롤은 페이지의 일러스트레이션 공간에 여백과 붉은색으로 강조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등 이번 소설에 자신의 모든 재능을 발휘했다.

캐롤의 이전 작품을 읽어본 독자들은 페이지 구성이 상당히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지 전체 크기 변경부터 심지어 세부적인 내용도 변화를 가해 독자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게 만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코믹스비트는 캐롤이 “극 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섬뜩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어두운 잔혹동화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아동용이 아니다

가발러 기자는 캐롤의 순수하지만 치명적인 문체에 찬사를 보냈다(사진=123RF)

캐롤의 이번 소설은 동화책처럼 보이는 면은 있지만, 아동 친화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프리뷰 페이지에는 고양이 귀를 가진 소녀가 뱀파이어 백작의 성에 몰래 숨어드는 장면이 나온다. 뱀파이어 백작과 소녀의 떠들썩한 만남에서 모든 사건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두자. 그리고 이후 등장할 두 여성 캐릭터 간의 ‘직설적인 분노와 성적인 매력, 그리고 공포’가 점층되면서 결국 폭발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면 된다. 에밀리 캐롤의 이번 신간은 국내에는 아직 번역 출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