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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작가가 청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만화책 ‘보이지 않는’
등록일 : 2019-09-24 14:51 | 최종 승인 : 2019-09-24 14:51
김지연
채드 앨런은 청각장애인 관객을 위해 다른 차원의 만화책을 개발했다(사진=픽사베이)

[하빗슈(Hobbyissue)=김지연 기자] 맹인 작가가 맹인 독자를 위해 만든 만화책 ‘보이지 않는(Unseen)’이 획기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청각적 경험

채드 앨런은 만화책 산업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그리고 일반인들처럼 만화책을 경험하지 못하는 관객, 즉 맹인 관객들을 겨냥한 특별한 만화책을 창작했다.

앨런의 작품은 일반적인 시각적 표현 대신 만화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청각적 경험’을 극대화시켰다. 패널이 바뀔 때마다 ‘쉭’하는 소리가 나게 만들었으며 의도적으로 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화 곳곳에 숨겨뒀다. 다시 말해, ‘보이지 않는’에는 어떠한 시각적 예술이 사용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금까지 앨런의 작품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청각적 경험 그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청각적 경험은 시각적 경험만큼이나 사람의 경험을 아우를 수가 있다. 독자는 소리를 통해 청각장애인인 극 중 주인공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만화의 독자는 스스로 경험을 제약하기 때문에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LGBTQ 커뮤니티 일원이나 유색인종, 장애인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세계에서 소외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만화는 그들이 느끼는 경험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앨런은 만화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고 강조했다(사진=플리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은 ‘예술은 무엇인가?’ 그리고 ‘만화책 산업의 한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답하고 있다. 앨런이 보여주는 것처럼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 이 만화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예술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앨런은 “예술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눈이 하는 것이라고는 빛을 여과하는 것뿐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두뇌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거리

앨런은 극 중 주인공인 아프사나에게 초인적인 힘을 부여하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퍼히어로 이야기는 분명 멋지지만 대부분의 만화에서 그리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도 그런 부류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극 중 맹인 암살요원인 아프사나는 두 가지 임무를 받고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첫 번째 임무는 이민자 캠프에서 연쇄 강간을 저지르는 군인을 살해하는 것이며 두 번째 임무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생체 실험을 하는 실험실을 파괴하는 것이다.

만화의 본질

이 만화를 보고 나면 맹인인 작가 앨런의 삶이 궁금해질 수도 있다. 앨런은 15세에 색소성 망막염을 진단받고 시력을 점점 잃어갔다.

13년째 시각장애인의 삶을 살고 있는 앨런은 처음에는 엄청난 상실감을 겪어야 했다. 사실, 그는 엄청난 만화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력을 잃고 난 후 오디오북을 애용하면서 만화책은 시각적 매체이지만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독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그림이 아닌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따라서 나는 두뇌로 이해할 수 있는 줄거리를 쓰고 있다”고 앨런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