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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섬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이유...게임계 고질적 문제 '크런치 타임'
2019-06-07 09:29:33
이경민
▲앤섬의 제작사 바이오웨어가 노동 환경 문제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플리커)

[하빗슈(Hobbyissue)=이경민 기자] 게임계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게임 퀄리티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돼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개발자가 표준 근로 시간보다 더 많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스트레스까지 받으며 게임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이는 근로자들의 정신 문제로도 이어져 결국엔 작업 환경을 급속히 악화시키는 심각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잘 대변해주는 최근의 사례가 있다. 바로 바이오웨어 에드먼튼 스튜디오가 제작한 최신작 '앤섬'이다. 

이 작품은 출시되자마자 무자비한 악평을 받았는데, 스토리와 게임의 자체의 품질이 낮다는 것이 공통된 비판 사항이다. 

그 이면에는 게임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도록 독촉받은 노동자들이 있다.

'크런치 타임’

크런치 타임이란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마감을 앞두고 수면이나 영양, 기타 사회 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에서도 그대로 크런치 모드 혹은 크런치 타임이라고 부른다. IT 전문 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바이오웨어가 이 크런치 타임에 의존하는 잘못된 방식을 택했다. 

일부 예술적인 작업에서 어느 정도 그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비디오 게임 세계에서는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결과로 게임의 평판과 작품성에도 영향이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앤섬이 모든 면에서 나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스토리 부재와 버그, 설계상 결함 등 여러 요인이 작품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17년 열린 EA 행사에서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팬들을 기다리고 목타게 만든 요인도 한몫한다. 

바이오웨어는 당시 내부적인 문제에도 불구, 모든 것들이 다 잘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개발자들을 몰아붙였다.

▲크런치 타임은 게임 업계의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한다(사진=ⓒ123RF)

크런치 타임이 미치는 영향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단 하나의 문제점이라도 발생한다면, 이는 개발자뿐 아니라 프로그래머 및 기타 개발에 관련된 모든 직원에게 급속하게 퍼질 수 있다. 

크런치 타임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결함이다. 버그가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크런치 타임에는 모든 사람이 사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게임 제작에 주력해야 한다. 

바이오웨어 역시 앤섬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이러한 영향을 받았다. 바로 스트레스다. 

앤섬의 초기 계획은 이전 2012년이었지만, 게임을 싱글 플레이 미션으로 결정한 것은 2018년인 마지막 개발 단계 시기였다. 

하나의 공통되고 통일된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개발자들은 혼란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게다가 게임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 규모 역시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실제로 코타쿠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웨어는 역대 최대의 많은 인원이 ‘스트레스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는 개발자들의 당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휴가는 의사의 권고대로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도 이어졌다. 

이는 사실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비디오 게임 세계에서 이러한 노동 착취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사안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개발자는 코타쿠에 '레드 데드 리뎀션2'의 개발자들 역시 같은 시련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일하는 동안 우울증과 불안감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면서, 몸은 고갈되고 밖에서 친구들을 만날 힘조차 없었다는 것. 

이로 인해 작업 시기 동안 정신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이에 엄청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웨어

바이오웨어는 이러한 자사의 스토리가 퍼져나가자 성명을 통해 내부 설문조사로 얻은 피드백과 자사가 받은 비판을 수용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바이오웨어의 케이시 허드슨 부장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노동자와 개발자를 위한 경영 상황을 전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행복하고 보람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자사의 최우선 순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각종 뉴스 매체와 소셜 미디어에서 떠돌고 있는 내용은 끔찍한 경험을 한 소수의 직원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게임 업계의 노동자들이 힘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게임 발전 컨퍼런스(GDC)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약 4,000여 명의 게임 개발자들이 주당 40시간씩 작업하고 있으며, 47%가량은 산업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는 게임 업계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조직 문화에 대한 문제점이 큰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준다.

바이오웨어측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산재해있는 여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