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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신작 '어바머너블', 남중국해 이슈로 동남아서 연이은 상영 금지
등록일 : 2019-10-23 15:55 | 최종 승인 : 2019-10-23 17:58
김명석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을 겪는 동남아 국가들이 '어바머너블'의 상영을 금지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하빗슈(Hobbyissue)=김명석 기자]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을 겪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드림웍스의 신작 '어바머너블(Abominable)'의 상영을 금지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애니메이션에 그려진 남중국해 '9단선(nine-dash line)'이 주요 요인으로 붉어진 탓이다. 

어바머너블은 드림웍스와 상하이에 본사를 둔 펄 스튜디오의 합작품이다. 거대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시장 점유를 높이고자 마케팅의 일환으로 내놓은 작품이지만, 중국과 몇 년째 남중국해 문제를 겪는 동남아시아국들로 인해 외교적인 이슈로 커지는 모양새다.

베트남은 어바머너블의 상영을 최초로 금지한 국가다(사진=픽사베이)

잇단 상영 금지 조치

로이터에 따르면 베트남은 어바머너블의 상영을 최초로 금지한 국가다. 현지 정부는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9단선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이유로 상영을 금지했다. 매체는 지도상에 그려진 U자형의 이 분계선이 중국측에서 승인한 지도에 사용됐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애니메이션은 지난 4일부터 '에베레스트-꼬마 눈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상영됐다. 문제의 9단선은 영화에서 주인공인 중국 출신 소녀 '이(Yi)'가 눈사람 예티를 구하기 위해 에베레스트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지도에 나타나는데, 이를 본 현지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영화는 상영 금지되는 조치를 당했다. 현지 매체 탄니엔은 타 쿠안 동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영화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로이터는 지난 월요일 하노이의 국립 시네마 센터 근로자들이 영화 포스터를 철거하는 광경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역시 며칠 후 동일한 이유로 베트남의 행보를 따라갔다. 현지 미디어 평가 기관인 MTRCB가 현지 극장에서 상영되는 해당 애니메이션 삭제 명령을 내린 것이다. 

MTRCB의 레이첼 아레나스 회장은 "어바머너블이 몰고 온 상황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이 영화가 이미 지난 15일부터 필리핀 시장에서 금지됐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 필리핀에서는 이미 영화가 금지 조치되기 전부터 불만이 제기됐었다. 테오로도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드림웍스의 제작을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렌스 포튼 대변인 역시 영화가 '변질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영화를 국내에서 상영하는 것은 "국가로서의 진실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애초 영화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닌 지도 부분을 잘라내 상영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그러나 유니버설이 이같은 현지 검열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영화 상영 자체가 금지됐다.

영화와 남중국해, 그리고 분쟁

어바머너블의 줄거리만 본다면 사실 남중국해 분쟁과는 완전히 관련성이 없다. 다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들처럼 순수한 아동을 주제로 한 청렴하고 깨끗한 주제를 담은 작품이다. 중국 출신의 소녀 이가 지붕에 살고 있던 예티를 발견해 그의 고향인 에베레스트산으로 데려다주면서 겪는 모험을 그렸다.

그러나 영화를 결국 외교적인 이슈로 불붙게 만든 요인은 바로 9단선이 확연히 그려진 동아시아 지도 장면이다. 영화의 영어판 예고에서도 이 장면은 간략하게 등장했지만, 누구라도 지도에 나타난 분계선을 뚜렷이 발견할 수 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이 지도가 중국인들에게 매우 쉽게 인식될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이번 상영 금지 조치는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선박들이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의 여러 지역에서 중국 선박들과 수 개월간 대치한 이후 나온 것이다. 남중국해는 이들의 주요 교역로 역할을 할뿐 아니라 석유 및 가스 매장량도 높아 누구나 탐내는 곳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내 자국의 영해를 표시하는 9단선을 긋고 인공섬을 건립, 군사기지화하면서 이웃 국가들의 반발을 사왔다. 지난 1974년부터 자국이 이곳 영토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담은 지도를 발행하며 이웃 아시아 국가들과 분쟁을 겪은 것이다.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이 곳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삼으며 관련된 역사적 주장을 관철해왔다. 

가령 필리핀의 경우 해당 영토의 일부 섬들과 인접해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 섬에 필리핀인들이 오랫동안 거주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다. 필리핀은 중국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그리고 2016년 국제재판소는 중국의 주장을 무효화하면서 필리핀 편을 들어줬지만, 중국은 이같은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대만, 브루나이 역시 해당 지역에 대해 일부 영토를 주장하고 있다.